제 목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지 은 이 |
박민규 |
출 간 일 |
2009-7-20 |
분 량 |
420쪽 |
종 류 |
한국소설 |
비 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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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새로운 상상력과 실험정신으로 주목받아온 작가 박민규의 독특한 연애소설『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20대 성장소설의 형식을 빌려, 못생긴 여자와 그녀를 사랑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가 스스로 '80년대 빈티지 신파'라고 말할 만큼, 자본주의가 시작된 80년대 중반의 서울을 무대로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풀어놓는다.
☞ 작품 조금 더 살펴보기!
2008년 12월부터 2009년 5월까지 온라인서점 '예스24' 블로그에 연재된 소설이다. 작가가 이전에 보여주었던 비판의식이 이번에는 외모 이데올로기에 대한 반격으로 표현되고 있다. 모리스 라벨이 벨라스케스의 그림에서 모티브를 얻었듯, 작가는 죽은 왕녀 곁에 선 시녀의 모습에서 부와 권력에 농락당한 사람들의 그림자를 발견해냈다. 특히 영화의 디렉터스 컷과 같은 '라이터스 컷'을 수록하여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 저자 소개 >
1968년 울산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 『지구영웅전설』로 문학동네작가상을,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았으며 2005년 소설집 『카스테라』로 신동엽창작상을 수상했다. 2006년 소설 『핑퐁』을 출간했다.
< 나의 감상 >
이 책은 “죠다쉬 청바지” 마이클잭슨의 “빌리진”이 유행하던..그러니까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시작하던 시절인 198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20살이 되는 주인공인 내가 백화점 주차장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만나 사랑하게 되는 못생긴 그녀와의 사랑이야기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의 사랑의 중간에는 요한이란 인물을 통해, 그의 말을 통해 어쩌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난 책속에 나오는 요한의 말들 속에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정말 공감하고 다시 한번 미모, 부..등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의 표지에 나오는 “시녀들”이란 그림의 못생긴 시녀...난 주인공처럼 과연 사랑할 수 있을까? 난, 자신이 없다. 아니, 난 못한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는 말하는 부분을 공감하는 이율배반을 난 갖고 있다.
99%의 평범한 사람들은 1%의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을 끊임없이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며” 살고 있다는...그렇다면, 시녀들이란 그림에 등장하는 시녀와 같은 들러리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것으 바로 나..그리고 우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우리가 소위 말하는 가수들, 여자배우들.. 그 1%는 사실은 그들이 예뻐서가 아니라, 다시말해 자신의 전구가 밝아서 밝은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해 주기 때문이라고, 다시 말해 평범한 인간들이 그들에게 비쳐주는 빛을 받아 빛나는 거라고...
현실에서는 누구나 사랑을 원하면서도,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까닭은 서로가 서로의 불 꺼진 모습만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그래서 무시한다는것..서로를 밝히는 것이 바로 다름 아닌 서로임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
너무 공감하는 말이었다.
정말, 우리는 들러리처럼 1%의 환상을 끊임없이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며 사는 것은 아닐지....많은 생각을 해 보게 하는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주인공의 내면심리를 잘 표현하고, 요한이란 인물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는 이 소설에서 말하는 착각 속에 빠진 99%의 들러리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지...
서로를 무시하면서 말이다. 빛을 밝혀주는 것이 서로서로라는 것을 모른체..
피리부는 사나이는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는데, 우리 쥐들이 모두 자기 스스로 물에 빠져 죽는 것처럼 말이다....
<책 속에서>
이 포크를 봐, 앞에 세 개의 창이 있어, 하나는 동정이고 하나는 호의, 나머지 하나는 연민이야. 지금 너의 마음은 포크의 손잡이를 쥔 손과 같은 거지. 봐, 이렇게 찔렀을 때 그래서 모호해지는 거야. 과연 어떤 창이 맨 먼저 대상을 파고 들었는지...호의냐 물으면 그것만은 아닌 거 같고, 동정이냐 물으면 그것도 아니란 거지. 뭐, 맞는 말이긴 해. 손잡이를 쥔 손으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상대도 마찬가지가 아닐 수 없어. 처음엔 어떤 창이 자신을 파고든 건지 모호해. 고통과 마찬가지로 감정이란 것 역시 통째로 전달되기 마련이거든. 특히나 여자는 더 그래. 왜 그런지 모르면서도...그래서, 일단 전반적으로 좋거나 싫어지는 거야.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하나의 창을 더듬어보게 돼. 손잡이를 쥔 손은 여전히 그 무엇도 알수가 없는 거지. 그러나 알아? 적어도 세 개의 창중에서 하나는 사랑이어야만 한다는 걸..
여자는 말이야. 다른 모든 창들을 녹여 그것을 하나의 창으로 만들고 싶어해. 단순하고 강렬한 하나의 창으로... 즉 사랑이란 창이지. 만약 그것이 다른 이름의 창임을 알게되면 그 상처를 견디지 못하는게 여자야. 그리고, 넌 여전히 그 순간에도 포크의 손잡이를 쥐고 있는 손인 거지. 이유도 모른 채 어쩔 줄 몰라하는 어쩌지도 못하는 손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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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대부분 자기와 자신뿐이니까..그래서, 이익과 건강이 최고인 거야. 하지만 좀처럼 자아는 가지려 들지 않아. 그렇게 견고한 자기, 자신을 가지고서도 늘 남과 비교를 하는 이유는 자아가 없기 때문이지. 그래서, 끝없이 가지려 드는 거야. 끝없이 오래 살려 하고...그래서, 끝끝내 행복할 수 없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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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라는 건 말이야, 결국 인간의 경험치야. 평생을 지하에서 근무한 인간에겐 지하가 곧 세계의 전부가 되는 거지. 그러니까 산다는 게 이런 거라는 둥, 다들 이렇게 살잖아...그 따위소릴 해선 안 되는 거라고. 너의 세계는 고작 너라는 인간의 경험일 뿐이야. 아무도 너처럼 살지 않고, 누구도 똑같이 살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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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볼 땐 그래. 진짜 미녀라고 할 만한 여자도, 진짜 추녀라고 불릴만한 여자도 실은 1%야. 나머진 모두 평범한 여자들이지. 물론 근시치야 있겠지만 그런 거라구. 거울을 보고 그래고 나 눈은 괜찮은 편인데 역시 이마와 턱은 아니야, 이 각도에서 보면 괜찮은 얼굴인데 문제는 종아리야, 나 입술은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코와 어울리지 않아, 뭘 어쩐다 해도 가슴만큼은 들키지 않아야 해, 이정도면 나 괜찮은 거야 그래도 팔과 허벅지가 굵은 건 변명의 여지가 없어, 다들 내 몸매를 부러워하지만 하이힐 속에 도롱뇽 발가락이 있다는 걸 알면 어쩌지? 난 포기야 그래도 누군가는 실은 내 코가 예쁘단 걸 알아보지 않을까? 나...살만 좀 빼면 괜찮은 얼굴이라 생각해, 키는 구두로 어떻게든 되는 거잖아.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고...결국 그게 평범한 여자들의 삶인 거야. 남자도 마찬가지야.
그게 인간이야. 모든 인간에게 완벽한 미모를 준다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아. 그때는 또 방바닥에 거울을 깔아놓고 내 항문의 주름은 왜 정확안 쌍방대칭 데킬코마니가 아닐까, 머릴 쥐어 뜯는게 인간이라구. 신이여, 당신은 왜 나에게 좌우비대칭 소음순을 주신 건가요..당신은 왜 나에게 짝부랄을 달아준 건가요. 따지고 드는 게 인간이기 때문이지.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고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고...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 민주주의니 다수결이니 하면서도 왜 99%의 인간들이 1%의 인간들에게 꼼짝 못하고 살아가는지. 왜 다수가 소수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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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때가 마지막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야. 그후 한번도 엄마가 드물게 예쁜 얼굴이란 생각을 한 적이 없어. 빛이 사라졌거든. 영감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걸 직감으로 눈치 챈 거야. 이해가 가? 전구가 꺼지듯 어느 날 갑자기 빛이 사라져버린 거야. 유리처럼 굳은 외형은 그대로지만 도리어 무서운 얼굴이란 생각이 들 때가 더 많았어. 그때 알았지. 인간의 영혼은 저 필라멘트와 같다는 사실을. 어떤 미인도 말이야...그게 꺼지면 끝장이야..누구에게라도 사랑을 받는 인간과 못 받는 인간의 차이는 빛과 어둠의 차이만큼이나 커...
빛을 발하는 인간은 언제나 아름다워. 빛이 강해질수록 유리의 곡선도 전구의 형태도 그 빛에 묻혀버리지. 실은 대부분의 여자들...그러니까 그저 그렇다는 느낌이거나..좀 아닌데 싶은 여자들...아니, 여자든 남자든 그런 대부분의 인간들은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전구와 같은 거야. 전기만 들어오면 누구라도 빛을 발하지, 그건 빛을 잃은 어떤 전구보다도 아름답고 눈부신 거야. 그게 사랑이지. 인간은 누구나 하나의 극을 가진 전선과 같은 거야. 서로가 서로를 만나 서로의 영혼에 불을 밝히는 거지. 누구나 사랑을 원하면서도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까닭은, 서로가 서로의 불 꺼진 모습만을 보고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무시하는 거야. 불을 밝혔을 때의 서로를...또 서로를 밝히는 것이 서로서로임을 모르기 때문이지. 가수니, 배우니 하는 여자들이 아름다운 건 실은 외모때문이 아니야.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해 주기 때문이지. 너무 많은 전기가 들어오고, 때문에 터무니없이 밝은 빛을 발하게 되는 거야.
그건 단순한 불빛이 아니라...평범한 인간들의 무수한 사랑이 여름날의 반딫불처럼 모이고 모여든 거야. 그래서, 결국엔 필라멘트가 끊어지는 경우도 많지. 교만해지는 거야. 그것이 스스로의 빛인 줄 알고 착각에 빠지는 거지. 대부분의 빛이 그런 식으로 변질되는 건 정말이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어. 하지만, 어쨌거나 그들도 결국은 개인일 뿐이야. 자신의 삶에서 사랑받지 못한다면 그 어떤 미인도 불 꺼진 전구와 같은 거지. 불을 밝힌 평범한 여자보다도 추한 존재로 전락해 버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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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상상력이야. 사랑이 당대의 현실이라고 생각해? 천만의 말씀이지. 누군가를 위하고,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누군가를 애타게 그리워하고...그게 현실이라면 이곳은 천국이야. 개나 소나 수첩에 적어 다니는 고린도 전서를 봐. 오래 참고 온유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는...그 짧은 문장에는 인간이 감내해야 할 모든 손해가 들어 있어. 애당초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야.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그래서 실은, 누군가를 상상하는 일이야. 시시한 그 인간을, 곧 시시해질 한 인간을..시간이 지나도 시시해지지 않게 미리, 상상해주는 거야. 그리고 서로의 상상이 새로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희생해 가는 거야. 사랑받지 못하는 인간은 그래서 스스로를 견디지 못해. 시시해질 자신의 삶을 버틸 수 없기 때문잊. 신은 완전한 인간을 창조하지 않았어. 대신 완전해질 수있는 상상력을 인간에게 주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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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는 짓일까?
라고 말이야. 세상은 과연 그런 것이란 생각을 나도 지울 수 없었다. 밟고 밀치고 앞서고 따돌리고...쥐를 죽이는 건 함께 뛰는 쥐들이고, 피리를 부는 자는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살찐 쥐도 앞선 쥐도 재빠른 쥐도...피리를 부는 자에겐 언제나 다 같은 쥐들일 뿐이니까. 결국 아무리 서로를 비교한다 해도, 다 이 뛰는 쥐들은 다 같은 쥐들일 뿐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다들 이렇게 살잖아...그리고 이 삶을 다수결이라 믿고 있는 것이다. 정말이지 이 삶은....
뭐하는 짓일까? 말하자면 늘 그런 기분이었다. 따라 뛰는 느낌...끝없이 따라, 뛰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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