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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일본소설) - 미야베 미유키

by 책과 피아노 2009. 10. 23.

제    목

화 차

지 은 이

미야베 미유키

출 간 일

2006-10-31

분    량

461쪽

종    류

일본소설 (사회고발 추리소설)

비    고

최 고

만 족

좋 음

보 통

기 대

이 하

 

< 책 소개 >

행복해지기 위해 신용카드를 쓴 두 여자 이야기

<모방범>, <용은 잠들다>의 작가인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 과거의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인생을 꾸리며 행복해지고 싶었던 한 여성과 지긋지긋한 과거를 어떻게 해서든 털어내고픈 또 한 여성. 소설은 같은 운명일 수밖에 없었던, 비극으로 엇갈린 두 여성의 삶을 그린다. 2000년 발간된 <인생을 훔친 여자>의 개정판.

휴직 중인 형사 혼마가 조카의 실종된 약혼녀 세키네 쇼코를 찾아 나서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설은 그녀를 추적하는 주인공 혼마의 시선을 따라가며, 퍼즐 조각을 다루듯 그녀의 과거를 한 조각씩 맞춰나간다. 혼마의 추적에 의해 조금씩 드러나는 실종 사건의 이면에는, 빚으로 인해 '화차(火車)'에 올라타고 만 개인파산자의 비극이 숨겨져 있다.

소설은 거대 자본주의를 기초로 이루어진 사회 속에서 망가져가는 개개인들을 통해 현대 신용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해부해 보인다. 현대인의 필수 조건이 되고 있는 신용카드, 통신판매, 할부, 그리고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출 등 편의를 제공해주는 것들이 자칫 잘못하면 위험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 저자 소개 >

미야베 미유키 宮部みゆき

1960년 도쿄에서 태어나 고교 졸업 후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다가 1987년 『우리들 이웃의 범죄』로 올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1993년 『화차』로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했으며, 1998년에는 『이유』로 나오키 상, 2001년 『모방범』으로 마이니치출판문화상 대상 특별상, 시바 료타로 상 등을 수상했다. 그밖에 『용은 잠들다』『브레이브 스토리』 『누군가』『드림 버스터』 등의 작품이 있다.

미야베 미유키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뛰어난 필력으로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작품은 사회 병폐를 짚어나가면서도 그 속에서 상처받은 인간의 모습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책 내 용 >

경찰생활 중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다치고 휴직중인 ‘혼마’, 그런 그에게 죽은 처의 조카 ‘가즈야’가 찾아온다. 유능한 엘리트 은행원인 가즈야, 그의 약혼녀였던 ‘세키네 쇼코’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이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신용카드를 만들라고 권유했던 가즈야는 세키네 쇼코가 신용불량자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즈음, 무작정 사라져 버린 약혼녀 가즈야를 찾아달라는 것이다.

혼마의 추적에 의해, 가즈야의 약혼녀인 쇼코의 정체가 하나씩 들어나게 된다.

가즈야가 만나고 있던 약혼녀 ‘세키네 쇼코’는 진짜 쇼코가 아니라, 단지 세키네 쇼코로 깜쪽같이 위장하고 산 다른 인물인 것이다. 가즈야의 약혼녀는 이런 사실이 발각될까봐, 자초지종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진짜 쇼코란 여성은 술집에 다니던 여성으로, 부모를 모두 잃고, 술집에서 일하던 여성으로, 무분별한 신용카드의 사용으로 신용불량자가 되어 개인파산된 여성이다.

쇼코의 행세를 하며 가즈야와 만나던 여성은, ‘신조 교코’란 여성으로 그의 아버지가 주택 대출을 갚을 수 없게되어, 온 가족이 고향에서 야반도주하여 살다가, 구라타란 좋은 집안 아들과 결혼하였으나, 끈질긴 채권자들의 추적 및 교코의 자신의 친아버지에 대한 증오감 등으로 이혼을 하게 된, 아주 예쁘게 생긴 인물이다.

이혼 후 교코는 로즈라인이란 회사에 취직을 하는데, 그곳에서 고객인 “세키네 쇼코”란 적당한 인물(나이도 비슷하고, 전문직도 아니며, 연고도 없는 등)을 찾아내고, 결국 진짜 ‘세키네 쇼코’를 살인하고, ‘세키네 쇼코’ 행세를 하면서 살다가 ‘가즈야’를 만난 것이다. 물론, 교코는 진짜 세키네 쇼코가 신용불량으로 개인파산자인지는 몰랐던 것이다. 그걸 알았다면, 그녀를 고르지도 않았을테니까...

끈질긴 채권자들의 추적에서 벗어나 ‘쇼코’란 여성으로 새 삶을 살아가려고 했던, ‘교코’는 운명의 장난인지, 자신과 비슷한 운명인 신용불량으로 개인파산된 쇼코란 인물을 선택하게 되고, 약혼자와 결혼을 준비하던 아름다운 꿈의 세계로 가려던 도중, 자신이 위장하고 다니던 쇼코가 개인파산된 인물이라는 점을 알게되고, 이로 인해 자신의 정체가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 가즈야를 떠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교코) 다시 새로운 인물을 찾아 나서던 중, 혼마의 덜미에 잡히고 만다............................


< 책 속에서 >

돈도 없고, 학력도 없고, 별다른 능력도 없고, 얼굴도 그걸로 먹고 살 만큼 예쁜 것도 아니고 머리도 별로였고, 삼류 이하의 회사에서 잡무만 보고 있었죠. 그런 사람이 마음속에는 텔레비전이나 잡지나 소설에서 보고 들은 화려한 생활을 꿈꾸는 거예요. 옛날에는 그냥 꿈만 꾸는 걸로 만족하던지, 그게 싫으면 어떻게 해서든 꿈을 이루어 보려고 노력해 보든지 했겠지요. 그래서 실제로 출세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아니면 나쁜 길로 빠져든 사람도 있을 거예요. 옛날에는 아주 간단했어요. 방법이야 어쨌든 간에 자력으로 꿈을 이루든가 현 상태에서 포기하든가 둘 중에 하나였잖아요?

그렇지만 요샌 달라요. 꿈을 이루기가 힘들죠. 그렇다고 그냥 포기하자니 너무 아쉽고, 그래서 꿈이 이루어졌다는 기분에 그냥 빠져들어 가는 거예요. 그러기 위한 방법이 지금은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쇼코의 경우는 그게 우연히 쇼핑이나 여행같이 돈을 쓰는 쪽으로 간 것 뿐이에요. 그런 걸 가볍게 도와주었던 게 바로 신용카드와 사채였죠.

 

“네..그래요. 하지만 그것뿐만은 아니었습니다. 미인이라면 세상에 얼마든지 있지요. 그렇지만 교코랑 있으면..., 그 뭐랄까, 나 자신이 한 사람 몫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누군가가 나를 의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교코를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이건 사실입니다.”

혼마는 구리자카 가즈야의 얼굴과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 역시 교코에 대해 같은 인상을 받았던 게 아닐까. 교제하고 잇는 동안 주도권은 언제나 가즈야에게 있엇다. 양친의 반대를 무릅쓰고 약혼을 한 것도 가즈야의 완고한 의사 표현이었다. 처음으로 개인파산 사실을 알고 놀랐을 때에도 가즈야는 교코에게 알리지 않고 먼저 잘못된 정보의 출처를 추적하려고 했다.

신조 교코한테는 남자들의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킬 만한 특별한 것이 있는지도 모른다. 맥이 빠져 있으면 위로해 주고 곤란해 처해 있으면 발벗고 도와주고 싶은 가련한 매력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

생각해 보면 구리자카 가즈야와 구라타 고지는 닮은 점이 많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고 전형적인 우등생 타입의 그들은 부모의 기대에 걸맞게 사회적인 위치도 반듯하게 지키고 있다. 풍채도 좋은데다 능력도 평균 이상이다. 이런 태생이 좋은 청년들이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에 감추고 있는 부모에 대한 반항심을 - 비행소년들이 폭력으로 표현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강한 부모, 훌룡한 부모, 행복한 어린 시절을 가질 수 있게 해주고 나아가서 이상적인 인생의 레일을 깔아 줄 수 있는 힘을 가진 부모에 대한 반항심을 - 완화시켜 주고, 정정당당하게 대결해서는 평생 이길 수 없는 부모들을 대신해서 그들한테 자신감을 심어준 존재, 그게 바로 교코였던 것이다.

가즈야나 구라타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부모 앞에서는 고개를 들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성인이 된 그들은 부모가 만들어 준 인생의 코스대로 걸어가면서도 나만을 의지하고 자신의 능력을 확인시켜 줄 대상 또한 필요했던 것이다. 교코는 이런 점에 딱 들어맞는 여자였다.

그녀는 머리가 좋은 여성이다. 그들의 심리를 훤히 보고는 그저 연약하게 남자들한테 기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기 대신 그들을 전투에 내보내고, 돌아오면 충분히 위로해 주면 되니까. 그러나, 가즈야와 구라타가 교활한 남자였다면 교코의 미래는 그리 바람직하지 못했을 것이다. 소위 응달진 곳에 있는 여자였던 교코는 첩이나 애인으로 청춘을 소모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청년은 다행히도 착한 도련님들이었다.

어쩌면 교코는 그런 식으로 그들을 조종했을지도 모른다. 스무살 밖에 안된 어린 나이였다고는 하지만, 당시 그녀는 이미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구라타가 백년을 살아도 익힐 수 없는 강인함을 가냘픈 몸속에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 나의 감상 >

일본문학은 예전에 읽었던 난해한 소설이후로 두 번째이다. 별로 일본문학을 신뢰하지 않는 -물론, 아무 근거도 없이- 내가 직접 선택했을 리는 없고, 직원이 추천으로 빌려준 책을 읽게 된 것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난 맨 먼저, “신조 교코”...그녀는 정말 어떤 인물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관계를 맺은(한번의 결혼과 한번의 약혼) 두명의 남자는 모두 훌룡한 부모밑에서 좋은 가정환경속에 큰 어려움없이 자라와 좋은 직장을 다닌 심성이 착한 사람이었다. 그들 둘은 모두 평생 대적할 수 없는 훌룡한 부모에 대한 반항심 또는 자신의 능력을 확인시켜줄(자신을 믿고 따라줄) 그런 대상을 원했는지 모른다. 교코는 보호하고 싶은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줄 그런 여자로 느껴졌었겠지.

그러나, 친아버지의 죽음을 그토록 바라며 행려자의 관보를 찾는 교코의 모습에 환멸을 느껴 이혼을 한 구라타 고지의 사건에서나, 자신의 과거가 밝혀질 것이 두려워 한순간에 가즈야를 떠나서, 자신이 새로 신분을 살 새로운 대상(가공의 인물)을 찾는 교코의 모습에서나, 시네키 쇼코를 살해한 교코의 모습에서나...그녀는 평생을 두 남자가 노력해도 절대 따라올 수 없는 강인한 여자였다. 아니, 어쩌면 무서운 여자였다. 두 남자는 보호본능이란 가냘픈 이미지에서 교코를 선택했지만, 매우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

물론, 교코가 무서운 여자라기보다는, 나쁜 여자라기보다는..아버지의 빚으로 온 가족이 야반도주하며 계속해서 채권자의 빚 독촉을 받아야 하는 그런 삶의 응달과 그늘이 그녀를 강하고 무섭게 만들었겠지. 그리고, 어찌보면, 그런 생활에서 탈피하기 위해서 선택한 좋은 남자와의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기 아버지가 죽어줬으면 간절히 바라는 교코의 모습이, 그녀 자신만의 문제가 아닌, 그 삶의 응달과 그늘이 만들어낸 결과겠지.

운명의 장난일까? 아버지의 대출채무로 채권자들에게 그토록 시달린 그녀가 그 삶을 탈피하기 위해서 신중을 기해서 선택한 쇼코란 인물이 하필, 신용불량으로 개인파산된 인물였다니...또, 그로인해 자신의 두 번째 남자로부터 떠날 수 밖에 없었다니..

교코는 새로운 삶을 원했을 것이다. 전혀 새로운 인물로 다시 태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일간 그런 삶을 살았고, 그것이 영원할 것이라고도 생각했을 것이다.

개인의 신상정보를 빼돌려, 그를 살인하고 존재도 없이 없애버린 후, 그의 이름으로 자신의 과거를 버리고 새로운 인생을 산다?

현대사회에서 그럴듯한 이야기이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씌여있듯이, 예전에는 자신의 꿈,환상을 노력해보던지 아니면 포기하던지 둘 중의 하나였지만, 지금은 신용카드와 대출이라는 교묘한 환상으로 인하여, 자신의 꿈을 이루었다는 기분에 빠져들 수가 있다. 쇼코는 그저 평범한 삶에서 마음속으로는 텔레비전이나 잡지에서 접하는 그런 화려한 생활을 꿈꾸고, 그 꿈을 이룰 수 없다면, 이루었다는 기분에 빠져들기 위해 신용카드와 대출의 늪에 빠졌을 것이다.

단지 쇼코의 말대로...“그냥 행복해지기 위해서...”말이다. 나는 쇼코와 무엇이 다를까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