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윌리엄 서머셋
출판 : 민음사
쪽수 : 328쪽
읽은때 : 2022년 5월
한줄평 : 고전작품이 이렇게 재미있고 신선할 줄이야.
책내용
찰스 스트릭랜드는 40살로 증권거래소에 다니는 영국 런던에 사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가장이다. 큰 체격에 사교에는 별 재능이 없고 선량하고 정직하며 평범하지만 큰 매력은 없는 사람이랄까? 자녀는 고등학생인 남자 아이와 중학교1학년 정도의 여자애를 두고 있다.
그의 부인 에이미는 37살로 큰키에 통통하고 수수하고 순진한 인상에 주변을 늘 우아하게 꾸밀줄 아는 주부로, 독서광으로 평소 문학계 작가들을 초대하여 파티를 즐긴다. 원래 그녀는 인도 공무원의 딸로 부친이 퇴직후 20살 때 가족과 이스트본에 요양차왔다가 거기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한 것이다.
그런데, 사건이 발생한다. 뜬금없이 더 이상 부인과 살 생각이 없다는 편지 한 장을 달랑 남겨놓고 파리로 떠났다.
나는 바람이 나서 도망갔을 것이라는 생각이지만, 이혼은 하지 않겠다는 그녀의 생각, 가정으로 돌아오면 언제든지 받아주겠다는 부인의 말을 전하러 스트릭랜드를 만나러 파리로 가게 된다.
하지만, 파리에서 만난 그는 예측과 다르게 아주 허름한 곳에서 살고 있었고 여자도 없었다. 그는 “단지 그림이 그리고 싶어서 부인을 떠난 것이다. 순전히 그의 이기심 그것 하나 때문에 가정을 버린 것이다.”
물론, 부인은 그 사실을 알고 화가를 남편이 한다고 해도 적극 지지하겠다고 해도 그는 전혀 가정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다. 돈한푼 없는 그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하지만, 그녀는 밥벌이를 위해 속기와 타자를 배우고 애들은 형부네 부부가 봐주고 투룸으로 이사하였고, 5년뒤에는 경제적으로 성공하게 된다.
어찌되었던 런던에서 삶이 따분해진 나는 이런 일들이 있고나서 오년쯤 지난뒤 파리에 가서 살기로 마음먹고 파리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그리고 파리에서 희곡을 쓰기 시작했다.
파리에 도착해서 네덜란드출신인 더크스트로브라는 영국여자와 결혼한 화가를 친구로 사귀게 되고 그를 통해서 5년만에 스트릭랜드와 다시 만나게 된다. 더크 스트로브는 어릿광대 같은 면을 타고난 사람이었다. 생각만해도 비웃음이 나오게 하든가 아니면 저도 모르게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그런 인간 말이다. 뚱뚱하고 착하고 너그러운 성품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늘 실수투성이였다. 미술작품에는 그 누구보다 정확한 안목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작 본인의 그림은 평범했다. 감성은 유별나게 섬세하면서도 행동은 투박했고 남의 일에는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면서도 정작 자기 일에는 그렇지 못했다. 반면, 그의 아내는 수수한 매력이 넘치고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여자였다. 나는 이 여자가 왜 더크와 결혼했는지가 궁금할 정도였다.
알고보니, 더크스트로브 부인(브란치)은 로마왕족의 집안의 가정교사였는데, 그 왕족집안의 아들이 유혹해 애를 가졌고 거리로 내쫒겼고 우연히 스트로브를 만나서 결혼한 것이다. 애는 결혼후 3년정도 되었을 때 사산되었고.
그렇게 파리에서 지내던 어느날 스트릭랜드는 40또까지 열이 오르는 등 병이 났다. 아내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스트로브는 스트릭랜드를 불쌍한 마음(동정심?)에 집으로 데려와 극진하게 간호를 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날 병도 어느정도 나은 것 같으니 여기서 나가달라고 스트릭랜드에게 말하니 갑자기 브란치도 같이 나가겠다는 것이다. 브란치는 간호를 하다가 스트릭랜드를 좋아하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스트로브가 둘을 남기고 집을 나오게 된다. 그리고 그 둘은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왜 그녀는 스트릭랜드를 좋아하게 된 것일까? 그건 다름아닌 그녀의 성욕이었다. 스트릭랜드는 스트로브와는 달리 체격도 크고 건강한 남자였던 것이다.
스트로브는 집을 나와서도 계속 비굴하게 바람난 아내 브란치에게 구애를 하지만, 그녀는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다.
스트릭랜드는 남의 불행이야 어찌되었든 제 기분만 만족한다면 무슨일이든 서슴치 않는 사람이었다. 친구의 신뢰를 비정하게 저버린 그의 행위, 고마움이라고는 전혀 몰랐고 동정심도 없었다.
그러다 더크스트로브 부인은 스트릭랜드의 일방적 이별통보에 음독을 하게 된다. 결국 입이며 턱이며 할 것 없이 온통 독물에 타버려서 죽게 된다. 거기에 스트릭랜드의 반응은 블란치는 나한테 버림받아 자살한게 아니라 어리석고 균형잡히지 않은 인간이라 그런거라고 치부한다. 단지, 스트릭랜드는 때론 여자가 필요하고 욕구해소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저 쾌락을 충족시키는 수단에 지나지 않았고, 자신이 질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하니 버린 것이다.
그리고, 스트릭랜드는 마르세유로 떠나게 되고, 나는 다시 그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우연히 타히티를 여행하며 다른 이로부터 그 이후의 그의 삶을 듣게 된다.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십오년전이고, 그가 죽은지도 벌써 9년이나 흐른 시점이다.
스트릭랜드는 47세에 타히티로 가게 된다. 그는 마르세이유에서 캡틴니콜스(부둣가 떠돌이)를 만나 소개로 타히티섬으로 오게 된다. 그리고, 티아레(존슨부인)의 소개로 부인 아타를 얻게 된다.
아타는 당시 17살로 그 섬의 토박이로 존슨부인의 친척뻘로 부모는 모두 죽고 존슨부인집에서 살던 중이었다. 아타와 결혼후 숲으로 들어간 3년, 이시기가 스트릭랜드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기였을 것이다. 아마 50대 초반이겠지. 거기서 딸을 낳고 행복하게 지냈다. 그러다, 우연히 문둥병에 걸리게 되고 스트릭랜드는 눈이 멀고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책속에서
나는 남자가 망신을 당하지 않고 연애를 할 수 있는 나이의 한계를 서른다섯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39쪽)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정말 전혀 상관없는 사내가 여기 있었다. 이 자는 도덕의 한계를 넘어선 자유를 누리고 있었다.(76쪽)
남의 칭찬을 바라는 마음이 너무 간절하고, 남의 비난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너무 강하여 우리는 스스로 적을 문 안에 들여놓은 셈이다. 적은 자신의 주인인 사회의 이익을 위해 우리 안에서 잠들지 않고 늘 감시하고 있다가, 우리에게 집단을 이탈하려는 욕망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냉큼 달려들어 분쇄해 버리고 만다. 양심은 사회의 이익을 개인의 이익보다 앞에 두라고 강요한다. 그것이야말로 개인을 전체 집단에 묶어두는 단단한 사슬이 된다. 그리하여 인간은 스스로 제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받아들인 집단의 이익을 따르게 됨으로써, 주인에게 매인 노예가 되는 것이다. 그러고는 그를 높은 자리에 앉히고, 급기야는 왕이 매로 어깨를 때릴 때마다 아양을 떠는 신하처럼 자신의 민감한 양심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리고 양심의 지배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온갖 독설을 퍼붓는다.(77쪽)
스트릭랜드 부인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때 나는 부인에게 약간 실망했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나는 사람의 인격이란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훌룡한 여자에게 그토록 깊은 앙심이 들어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한 인간이 얼마나 다양한 특질로 형성되는지 아직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한 인간의 마음안에도 좀스러움과 위엄스러움, 악의와 선의, 증오와 사랑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음을 너무나 잘 안다.(85쪽)
고통을 겪으면 인품이 고결해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행복이 때로 사람을 고결하게 만드는 수는 있으나, 고통은 대체로 사람을 좀스럽게 만들고 앙심을 품게 만들 뿐이다. (90쪽)
애무와 육체적 위안에 대한 여성적 반응, 대개의 여자는 마음속으로 그 이상으로 치지는 않았다. 그것은 포도 넝쿨이 아무 나무나 타고 자라듯, 어떤 대상을 통해서도 일어날 수 있는 수동적인 감정이다. 세상의 지혜는 그런 감정의 힘을 알기 때문에, 남자가 여자를 원하면 여자에게 그 남자와 결혼하라로 부추긴다. 사랑은 나중에 절로 생기게 마련이라고 장담하면서. 그것은 안전감에서 오는 만족, 재산에 대한 자랑스러움, 누군가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느낌에서 오는 즐거움, 가정을 가졌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 등이 어우러진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감정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허영심에서 비롯된 것에 지나지 않는데, 여자들은 거기에 무슨 정신적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블란치가 스트릭랜드를 격렬하게 싫어했던 이유는 처음부터 자기도 모르게 그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데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156쪽)
내가 남편감으로 마음에 드나하고 묻자 아타는 킥킥웃기만 했다. 내가 너를 떄릴텐데...아타는 그 말을 듣고 대답이 이랬다. 그러지 않으면 사랑받는 줄 모르잖아요.(263쪽)
내 첫 남편 존슨선장말이오. 이 사람은 걸핏하면 날 두들겨 팼다우. 진짜 남자였지. 미남에다 키는 헌칠하게 190센티미터쯤 되었는데, 술만 취했다 하면 아무도 못 말렸어요. 그 사람이 죽었을 때 얼마나 울었는지. 두들겨 패는 짓은 죽오도 용서 못할 줄 알았다우. 그런데 그 사람이 그렇게 아쉬울 줄은 조지 레이니와 같이 살게 될 때까지 몰랐다니까요. 사람은 같이 살아 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어요. 정말이지 남자에게 그처럼 속아본 건 조지 레이니가 처음이었으니까. 그 사람도 크고 잘생긴 남자였죠. 키가 거의 존슨 선장만 했고 아주 건장해 보였어요. 하지만 그게 다 겉보기뿐이었단 말씀이오. 술은 입에도 안대고, 내게 손 한 번 댄 적 없고. 전도사라도 할 사람이었지요. 내가 섬에 배가 들어올 때마다 고급 선원과 놀아나도 글쎼 이 조지 레이니란 사람은 아무것도 몰라요. 나중에는 진절머리가 나서 결국 이혼을 하고 말았다우. 그런 남편이 무슨 소용이 있겠우. (264쪽)
책소개
프랑스의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한 중년의 사내(스트릭랙드)가 달빛 세계의 마력에 끌려 6펜스의 세계를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세속의 세계에 대한 냉소 또는 인습과 욕망에 무반성적으로 매몰되어 있는 대중의 삶에 대한 풍자가 담겨있는 소설.
저자소개 : 서머싯 몸(영국)
저자 서머싯 몸은 1874년 출생. 영국의 소설가이며 극작가이다. 파리 주재 영국 대사관의 고문 변호사의 아들로 1874년 태어났다. 8세때 어머니가 죽고, 2년뒤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자 영국에서 목사로 있던 작은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독일에 유학한 뒤 런던의 의과 대학에 입학하였는데, 이 무렵부터 작가가 될 뜻을 세웠다. 제1차 세계대전 때에는 군의관으로 근무하다가 첩보 부원이 되었으며, 1917년에는 궁요 임무를 띠고 혁명 하의 러시아에 잠입하여 활약하기도 하였다. 그의 유미주의적 태도는 '달과6펜스'에서 더욱 뚜렷이 나타났는데, 이는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 고갱의 전기에서 암시를 얻어서 쓴 소설이다. 이 작품으로 그의 작가적 지위가 확립되었다. 그는 긴 생애를 걸쳐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장편 '과자와 맥주(1930)', '극장(1937)', '면도날(1944)' 등과 단편집 '나뭇잎의 하늘거림(1921)'. 희곡 '순환(1921)', '윗사람들(1923)과 자서전적 회상 '써밍업(1938)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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