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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추천 책

방금 떠나온 세계(김초엽작가)를 읽고...

by 책과 피아노 2022. 3. 5.

방금 떠나온 세계 (김초엽 단편소설)

한겨레출판사(2021. 10), 324, 20221

한줄감상 : 내가 좋아하는 김초엽작가의 단편소설집. 각 단편마다 신선하고 몰입감이 넘 좋다. SF장르, 새롭다. 신선하다.

책내용

(최후의 라이오니) 주인공은 로몬이라는 종족으로 유기체의 존재가 사라진 기계들의 도시를 탐사하게 된다. 기계들만 남은 도시에서의 리더인 기계 셀은 주인공을 자신들을 구해줄 존재인 라이오니라고 착각한다. 3420ED라는 이름의 도시는 한 때는 불멸의 공간이었지만, 어떤 점염병에 의해 유기체를 몰락하고, 기계들만 남게된다.

p36) 3420ED는 월등한 생명공학 기술을 보유한 불멸의 도시였다. 자신들의 건강한 복제를 생산하고 몸을 교체하면서 기억과 자의식을 단절없이 전송하는 기술이 불멸을 가능하게 했다. 이곳 거주민들은 죽지 않았고 노화하지도 않았다.

 

(마리의 춤) 화자는 무용강사이다. 마리라는 이름의 모그에게 우연한 기회에 춤을 가르쳐 주게 된다. 모그는 환경오염에 의해 시신경에 이상이 생긴 존재들이다. 그들은 플루이드라고 하는 연결된 가상의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마리는 콘서트 무대에서 사건을 일으킨다. 무대앞에 선 수천명의 사람에게 전환물질이 담긴 안개를 흩뿌리고 대부분 시지각 이상증을 얻었다. 혼란속에서 마리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증상은 일시적이었지만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다.

 

(로라) 진은 잘못된 지도라는 책을 펴낸 저널리스트이다. 잘못된 지도는 인간의 고유한 신체지도에 대한 어긋난 고유수용감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의 연인 로라는 세 번째 팔에 대한 감각을 느끼는 사람이다. 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로라는 자신의 몸에 세 번째 팔, 기계팔을 결국 이식하고 만다.

p126) 저는 여전히 로라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동시에 제가 앞으로도 어쩌면 영원히 로라를 이해할 수 없으리라는 것도요. 하지만, 그걸 깨닫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사랑하지만 끝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신에게도 있지 않나요?

 

(숨그림자) 단희가 살고 있는 행성은 대기가 오염되어 지하세계에 살고 있는 숨그림자이다. 숨그리자 사람들은 호흡으로 의미를 읽는다. 공기중에 입자를 느끼는 방식으로 서로 소통하는 것이다. 숨그림자 사람들은 극지방을 탐사하다가 지구에서 온 원형인류 조안을 발견한다. 단희와 조안은 친구가 된다. 하지만, 조안은 대기가 오염된 숨그림자를 벗어나 탐사대와 함꼐 외계 행성들을 찾으러 떠난다.

 

(오래된 협약) 벨라타 행성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 노아는 사제이다. 그곳 행성에서 사람들은 오브라는 바위처럼 생긴 생명체를 신성시한다. 지구에서 탐사선을 타고 여러 행성을 거쳐서 벨라타까지 온 이정은 벨라타 행성에서 짧은 수명을 사는 사람들을 안타까워 한다. 노아는 벨라타 행성의 비밀에 대해 오브라는 존재의 정체에 대해 떠난 이정엑 편지를 보낸다.

 

(인지공간) 인지 공간은 모두가 같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공동 지식 격자 구조물이다.

주인공 제나는 또래보다 연약해 인지 공간에 들어가지 못 하는 이브를 친구이자 엄마처럼 돌본다.

그러나 세계의 중심인 인지 공간에 대해 이브는 보통 사람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캐빈방정식) 주인공 현지에게는 국지적 시간 거품을 연구하는 물리학 박사 언니 현화가 있다. 그러나 주목받는 학자였던 언니는 사고로 그만 시간 인지 장애를 가지게 된다.
한편, 울산 관람차에서 기이한 일을 경험했다는 괴담이 떠돌고, 웬일인지 언니 현화는 그 울산 관람차에 관심을 갖는다.
 

책소개

한국 문학의 눈부신 미래, 김초엽 두 번째 소설집 출간

사랑하지만 끝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신에게도 있지 않나요.”

지금까지의 김초엽이 SF를 말할 때 가장 먼저 소개되는 작가였다면, 지금의 김초엽은 한국 문학을 말할 때 가장 먼저 소환되어야 하는 작가가 되었다. “김초엽의 소설을 읽다 보면, 이 세계가 1인치쯤 더 확장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강지희 평론가의 말처럼(11회 젊은작가상 심사평 중) 김초엽의 소설은 여느 SF가 그렇듯이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시공간에서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다른 진실과, 다른 감정, 처음 마주하게 되는 아득한 경이의 순간으로 우리를 이끈다.

방금 떠나온 세계관내분실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동시 수상하며 한국 문학의 미래로 떠오른 김초엽 작가의 소설이다. 20만 부가 판매되었던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후 2년여 만에 나오는 두 번째 소설집이기도 하다. 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인지 공간2021 올해의 문제소설로 선정된 오래된 협약을 포함해 세계를 사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쓴 경이롭고 아름다운 7편의 소설을 담았다.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섬세한 문장과 꿋꿋한 서사, 그리고 타자에 대한 깊은 사유에 더해 세심한 관찰자로서 낯선 우주 저편의 이야기를 김초엽만의 세계 안에 온전히 담아낸다. 첫 소설집에서는 간접적으로만 그려졌던 사회문제 또한 한 발짝 더 가까이 끌어온다. 김초엽이 그리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사랑과 이해를 바탕으로 살아가지만, 사랑하고 이해하기 때문에 참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안주하는 대신 어떤 사회적인 전복을 꿈꾼다.

진짜 내가 되기 위해 동생에게서 도망치고(캐빈 방정식), 진짜 내가 되기 위해 연인에게 통보하며(로라), 진짜 내가 되기 위해 정상인들에게 테러를 일으킨다(마리의 춤). 소외되고 배제된 존재로서의 장애에 대한 은유 또한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드러난다. 최후의 라이오니는 결함이 있는 복제 인간이며, 마리의 춤마리는 태어날 때부터 시지각 이상증을 겪어야 하는 모그. 로라로라는 정신과 몸의 불일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 번째 팔을 이식받고 트랜스휴먼이 되길 선택하며, 캐빈 방정식언니는 불의의 사고로 인해 다른 이들과는 다른 아주 느린 시간대를 살아가게 된다. 오래된 협약노아는 겨우 서른 살밖에 살지 못한 채 일종의 정신병을 앓다 죽게 될 운명이며, 인지 공간이브는 작고 연약해서 인지 공간에 들어가지 못한다. 숨그림자단희는 발성기관이 퇴화되어버린 존재다. 하지만, 그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김초엽이 그리는 세계는 결코 차갑지 않다.

방금 떠나온 세계의 소외되고 배제된 인물들은 사회의 모순에 맞서며, 사회에 대한 의문을 그치지 않은 채로 지금의 세계를 떠나 더 위대한 세계로 나아간다. 사랑과 이해와 위로가 아닌, 사랑의 힘과 이해의 힘과, 위로의 힘을 보여준다. 방금 떠나온 세계를 잊지 않은 채로, 무한한 세계로의 여행을 떠난다.

유튜브 겨울서점의 김겨울 작가는 방금 떠나온 세계의 추천사에서 살면서 종종 이 소설집의 어떤 장면들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고 말한다. “그가 이 시대에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기쁘다라고도.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저자소개

김초엽

소설가. 1993년생. 포스텍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생화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2017관내분실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쓴 책으로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원통 안의 소녀등이 있고, 함께 지은 책 사이보그가 되다가 있고, 여러 앤솔러지에 참여했다. 2019년 오늘의 작가상, 2020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우주에 대해 상상하는 걸 좋아하지만 우주에 직접 가고 싶지는 않은 SF 작가. 환상적인 시공간을 여행하고 외계 행성을 탐사하는 이야기에 열광한다. 취미는 두 달마다 바뀌는데, 가장 오래가는 건 게임. 언젠가 집에 모든 종류의 게임 콘솔과 커다란 스크린이 구비된 게임방을 만들고, 스스로를 완전 격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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