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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 하정우

by 책과 피아노 2018. 12. 26.





제 목 : 걷는 사람, 하정우

지은이 : 하정우

출판사 : 문학동네

발 행 : 20181123

쪽 수 : 296

읽은때 : 201812

 

책소개

걸어서 출퇴근하는 배우, 하정우

그에게 걷기란,

두 발로 하는 간절한 기도

나만의 호흡과 보폭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

아무리 힘들어도 끝내 나를 일으켜 계속해보는 것

 

책내용

1부 하루 3만보, 가끔은 10만보

서울에서 해남까지 장장 577km를 걷게 된 것은 그놈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수상자 이름이 적힌 카드를 펼쳤을 때 나는 흠칫했다. 거기엔 거짓말처럼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혹시 몰래카메라가 아닐까 싶을 만큼 당황했지만, 나는 내 입으로 결국 이렇게 발표해 버렸다. “감사합니다. 황해, 하정우

끝이 안 보이는 머나먼 길을 말할 때 흔히 천릿길이라고 표현하는데, 천리는 오늘날의 단위로 계산하면 약 392km, 서울에서 우리의 목적지인 해남까지는 577km, 우리의 국토대장정은 천릿길보다 훨씬 더 먼 길이었다.

그저 나가서 걷는 것만으로 아주 큰 변화가 일어났으니까. 기분에 짓눌려서 문제를 키우고 고민을 부풀린 것은 결국 나 자신이었음을 깨닫는다. 만약 나쁜 기분에 사로잡혀서 지금 당장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태라면 그저 나가서 슬슬 걸어보자. 골백번 생각하며 고민의 무게를 늘리고 나쁜 기분의 밀도를 높이는 대신에 그냥 나가서 삼십 분이라도 걷고 들어오는 거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기분 모드가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뭐든 꾸준히 하려면 그것이 특별활동이 아니라 습관이 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보통 하루 만 보를 걷기 운동의 기준점으로 삼지만, 나는 3만 보 정도를 걷는다. 촬영 스케줄이 없는 날, 걷기와 함께하는 나의 일과를 적어본다.

우선 아침에 눈뜨자마자 곧장 러닝머신 위로 올라간다. 러닝머신을 타고 오십분 정도를 꼬박 걸으면 약5천보에서 6천보 가량이 찍힌다. 우리 걷기 멤버들 사이에서는 이 오십분을 1교시로 친다. 1교시 오십 분을 걸은 후 십분 쉬는 것이 우리의 규칙이다. 물론 시간과 컨디션에 따라 러닝머신위에서 2교시까지 마칠수도 있다. 그러면 이미 오전 10시에 만 보를 가지고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그후 작업실이나 영화사로 출근하는데, 이때 철칙이 있다. 발 디딜 수 있는 공간만 있다면 걸어서 이동하자. 그러니까 차는 물론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 등은 가급적 타지 않는다. 걸음수를 일상에서 알뜰살뜰 모아야 한다. 이동할 때 지키는 이 작은 원칙이 내가 하루에 3만보를 걷는 결정적인 비결이다. 비상구만이 살 길이다. 이것은 재난 상황이 아닌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엘리베이터 금지, 에스컬레이터도 금지. 무조건 계단으로 오르내린다. 이런 식으로 생보를 좀 더 야무지게 챙겼다 하는 날에는 그저 생보만으로도 5천 보쯤은 더 찍힌다.

우리 멤버들은 걷기 좋은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면 가장 먼저 이렇게 묻는다. 여기 몇 보 짜리야? 당장 함께 걸어 보고 몇 보인지 기억해둔다. 나는 운동량이 좀 부족하다 싶은 날에는 도산공원에 들러 열 바퀴 정도 돈다. 이렇게 6천보가 또 추가된다.

걷기를 즐기기 시작한 후로 나는 거의 구두를 신지 않는다. 어디서든 걸어야 하기 때문에 늘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 하루 3만보를 작정하고 한 번에 걸으려들면 금세 포기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생활속에서 한 보만 더 걷는다, 웬만하면 바퀴보다는 내 다리로 간다는 원칙을 정하면 걸음수가 착착 쌓여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나에게 걷기는 나 자신을 아끼고 관리하는 최고의 투자다.

하와이에 가면 하루에 4만보(30km 정도)이상은 반드시 걷겠다고 다짐한다. 나는 하와이에서 내가 배우라는 것조차 잊은 채 대자연에 풀어둔 동물처럼 원 없이 걷고 먹고 숨쉰다. 때로는 이런 삶이 정말 인간다운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일 년 내내 이렇게 지낼 수는 없겠지만 바쁜 일정이 이어지는 틈바구니에 단 며칠의 휴일이라고 생기면, 나는 하와이로 떠나 마냥 걷고 싶어진다.

10만보 걷기란 약 84km를 하루만에 걷는다는 것이다. 마라톤 풀코스의 두배정도 되는 거리고 보통 걸음으로 약 20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결코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20161015일 드디어 찾아온 하와이 10만보의 날.

나는 한강을 내 집 마당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한때는 봄이 오면 한강 변을 지나다가 허전해 보이는 곳에 몰래 나무를 심곤 했다. 얼마후 가보면 뽑혀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래도 봄이 오면 나는 내 집 정원을 꾸미듯이 나무를 심었다. 오늘 가볍게 산책해볼까 하면 한남대교 기준으로 잠실대교까지 찍고 온다. 약 두시간 반에서 세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나에게 하와이는 제2의 집과 같은 곳이다. 나를 편안하게 해주고 내 몸과 마음을 돌볼 수 있는 곳. 그러니 어쩌면 내게 하와이에 가는 일은 여행이라기보다 귀가라고 말해야 정확할 것이다. 나는 항상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렇다면 집으로 돌아가서 무엇을 하느냐? 걷는다. 나는 더 제대로 걷기 위해서 자꾸만 하와이에 가는지도 모른다.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걷는다. 핏빗에 하루 동안 채워야 할 걸음수를 목표치로 설정해 놓고 이 정도는 꼭 걸어야겠다고 다짐한다. 나는 걷기가 나의 삶과 일을 도와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웬만하면 걷는다. 나처럼 걷기가 습관처럼 몸에 붙지 않은 경우라면 날씨나 계절에 따라 밖에 나가서 걷는 일일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엄동설한의 한 겨울에는 밖에 나가는 일조차 엄두가 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단 걸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2부 먹다, 걷다, 웃다

아침에 운동하면 건강해지고 하루를 성실하게 시작할 수 있으니 그만 일어나자, 넌 할 수 있어.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지친 내 몸을 소외시키고 다그치는 이런 얘기는 피로한 나에게 먹히지 않는다. 내 경험상으론 그보다는 단순한 행동과 결심이 훨씬 더 힘이 세다.

일단 몸을 일으키는 것

다리를 뻗어 한 발만 내디뎌보는 것.

..힘들다..걸아야겠다. 나는 힘들수록 주저앉거나 눕기보다는 일단 일어나려 애쓴다. 몸과 마음이 고갈되었다는 느낌이 들 때 오히려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간다. 팔과 다리를 힘차게 흔들면서 온몸에 먼지처럼 달라붙은 귀찮음을 탁탁 털어내본다. 그렇게 걷다보면 녹슬어서 삐걱거렸던 몸과 마음에 윤기가 돈다.

좐큐는 핫팬츠를 입고 엄청나게 걷는다. 우리 걷기 모임의 에이스다. 하루 16만보라는 믿을 수 없는 세계신기록을 찍어 핏빗계의 전설로 남았다. 내가 저녘 7시에 우리 동네에서 만나 막걸리 한잔하자고 연락하면 좐큐는 집에서부터 걸어온다. 걷기 모인 열혈멤버이니 약속장소까지 걸어오는게 당연한거 아니냐고? 좐큐는 경기도 광명시에 산다. 그리고 우리 동네는 신사동이다. 좐큐는 아침10시에 출발해서 나를 만나러 걸어온다.

 

3부 사람,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위기와 절망 속에 있을 때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나는 때로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노력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고 의심한다. 어쩌면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도 모른 채 힘든 시간을 그저 견디고만 있는 것을 노력이라 착각하진 않는지 가늠해본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무 아래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고만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입을 크게 벌리고 부동자세로 감이 떨어지길 계속 기다리자니 턱이 아프고 온몸이 저리다. 간절히 기다리는 감은 떨어질 기미도 안 보이고, 나무에서는 온갖 벌레만 내려와서 약 올리듯 몸을 기어다닌다. 근질거리고 당연히 고통스럽다.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 어마어마한 고통을 감당하면서 분명 어떤 노력을 하긴 했다. 그렇지만 다른 방법들, 이를테면 나무 위로 올라가서 나뭇가지를 자르든, 온 힘을 다해 나무둥치를 흔들든, 마을로 내려가 장대를 가져와서 감을 따는, 그 시간에 다른 일들을 시도해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 고통받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곧 내가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혹시 내가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오지 않을 버스를 기다리는 건 아닌진 수시로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

티벳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지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나의 감상

하정우, 인터넷을 찾아보니 잘생긴 멋진 남자중견배우 김용건씨의 아들이구나. 암튼 그림도 잘그리고 요리도 잘하고 잘 생겼고..그런데 그가 이렇게 걷기 매니아인지는 미처 몰랐다. 하루 1만보도 걷기 힘든데 기본 하루 3만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걷기를 위해서 하와이로 여행이라..

암튼 자동차와 엘리베이터를 멀리하고 무조건 걷는다는 그.

나도 다시 걸어야 겠다. 무조건 걸어야 한다. 나의 하루 목표 8천보를 넘어 매일 1만보를 걷는 남자가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