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박웅현)
어떤책? 비소설(자기계발), 출판일? 2011년 10월
읽은때? 2013년 12월, 페이지수? 348쪽, 느낌은? 참 좋아
책 소 개
책은 무뎌진 우리의 감각을 일깨우는 도끼다!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책은 도끼다』. 이 책은 ‘책 들여다보기’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저자의 강독회를 책으로 정리한 것으로, 인문학으로 광고하는 박웅현이 자신만의 독법으로 창의력과 감성을 깨운 책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아이디어의 밑바탕이 되어준 감동을 준 문장에 줄을 치고 옮겨 적는 자신만의 독법으로 책들을 설명하고 있다. 고은의 <순간의 꽃>,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 시집에서부터 인문과학 서적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강독회의 현장감 또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저자 박웅현
1961년 4월 1일 출생. 고려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 학사, 뉴욕 대학교 대학원에서 텔레커뮤니케이션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일기획 제작본부 국장, 아시아퍼시픽광고제 심사위원, 칸국제광고제 심사위원, 광고대행사 'TBWA KOREA' 전문임원으로 활동. 조선일보 광고 대상, 진로광고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시선',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책은 도끼다'가 있다.
책속에서
시작은 울림이다.
판화가 이철수의 다른 시선
성이 난 채 길을 가다가, 작은 풀잎들이 추위속에서 기꺼이
바람맞고 흔들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만두고 마음 풀었습니다.
- 길에서 -
운문처럼 쓴 최인훈의 산문
최인훈의 광장이다. 난 광장이란 책을 읽고 시처럼 쓴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김훈의 힘, 들여다 보기
동백꽃은 해안선을 가득 메우고도 군집으로서의 현란한 힘을 이루지 않는다.
동백은 한송이의 개별자로서 제각기 피어나고, 제각기 떨어진다.
동백은 ᄄᅠᆯ어져 죽을 때 주접스런 꼴을 보이지 않는다. 절정에 도달한 그 꽃은, 마치 백제가 무너지듯이, 절정에서 문득 추락해버린다.
매화는 질 때, 꽃송이가 떨어지지 않고 꽃잎 한 개 한 개가 낱낱이 바람에 날려 산화한다. 매화는 바람에 불려가서 소멸하는 시간의 모습으로 꽃보라가 되어 사라진다.
산수유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목련은 등불 켜듯이 피어난다. 목련의 죽음은 느리고도 무겁다. 천천히 진행되는 말기 암 환자처럼, 그 꽃은 죽음이 요구하는 모든 고통을 다 바치고 나서야 비로서 떨어진다. 펄썩, 소리를 내면서 무겁게 떨어진다.
꽃 피어 봄 마음 이리 설레니,
아! 이 젊음을 어찌할거나! (김훈의 자전거 여행 중)
꽃 한 조각 떨어져도 봄 빛이 줄거늘
수만 꽃잎 흩날리니 슬픔 어이 견디리 (두보)
알랭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통찰
알랭드 보통의 책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사랑에 대한 적나라한 통찰을 적은 책이다. 결코 따뜻한 이야기가 아니다. 뼈와 살을 추려내듯 철저하게 사랑을 해부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불충분한 자료에 의해 사랑에 빠지며,
우리의 무지를 욕망으로 보충한다.
알랭드 보통의 불안이라는 책을 읽으면 덜 불안해진다. 사랑을 해부한 것을 보고 나면 내 감정에 당황하지 않고 지혜롭게 대처하듯이 불안도 그렇게 대처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행·불행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이다.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냐.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꽁꽁 얼어있는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카프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때까지 바로 그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담쟁이, 도종환 -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에서 존 스킨의 “말로 그림을 그려보라”는 말을 인용했는데, 그렇다. 말로 그림을 그리듯 자세히 볼 줄 알아야 한다.
고은의 낭만에 취하다.
급한 물에 떠내려가다가
닿은 곳에서 싹 틔우는 땅버들 씨앗
이렇게 시작해 보거라.
짧은 글, 시가 주는 매력은 그 어느 장르보다 큰데 만약 시를 시작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순간의 꽃‘을 펼쳐 보는 건 어떨까 싶다. 사실 후배들에게 이 책을 추전하면 반응이 일년쯤 지나야 온다. 조금 더디지만 그래도 하나같이 상기돼서 이런 책 또 없냐고 묻는다.
햇살의 철학, 지중해의 문학
호사와 굶주림의 공존을 그들은 떳떳이 전시하는 듯하다.
그 엄청나고 태연한 가난...인도
당시에는 몰랐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보니“그리스의 조르바”와 도스토예프스키의“죄와 벌”,레마르크의“개선문”같은 작품들이 생각의 수면 밑에 잠재되어 내 삶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죄와벌의 라스콜리니코프의 행동은 내 판단의 축을 흔들었고, 개선문의 주인공 라비크가 추구하던 삶의 행태, 즉 돈을 많이 벌자 않아도 좋지만, 내가 기분 좋으면 팁 줄 정도의 경제력을 갖고, 큰 욕심 없이 작은 정의를 놓치지 않는 삶을 좇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인조르바에서 조르바의 성향을 찬찬히 살피면서 아..나는 지중해성 사고방식을 갖고 있구나 느끼게 되었다.
이방인이란 소설의 핵심은 이방인은 현재를 산다는 점이다.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 그리고 그 현재를 파편적으로 산다. 마리와 섹스를 하고 엄마 장례식에 가야 하니까 가고, 해수욕을 하고 싶어 바다에 들어가고.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카뮈가 한 것이 문장을 다 독립시켜 놓은 것이다. 보통 우리가 쓰는 글들은 앞의 구절을 받아서 이어가는데, 이방인의 문장들은 그런게 없다. 과거로부터 현재를 빌려오지 않고 미래를 담보하지 않는다. 실존적인 삶의 태도와 맞물린다. 그런 내용을 전달하는 형식을 똑같이 차용한 것이 이 책의 대단한 점이라고 사르트르가 극찬을 한 것이다.
실존적인 삶, 오늘이 전부이고 개가 그러하듯 밥을 먹을 때 밥 먹고 꼬리칠 때 꼬리치는 것과 같은 뫼르소의 삶을 묘사하는 문장 하나하나는 독립적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소설은 토마스, 테레사, 사비나, 프란츠 네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그 안에 사랑,철학,역사,정치 등 소설에서 다룰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다 담고 있다. 그리고, 이 소설속에서 키워드라고 생각하는 단어가 하나 있는데, 바로‘키치(Kisch)’다. 독일어에서 나온 키치는 흔히 영어로‘Shallow'라고 번역을 한다. 얕은, 얄팍한, 피상적인이라는 뜻인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가리키기에 가장 적절한 단어가 아닐까 싶다.
바로 똥이 인정되지 않는 세상이 키치라는 것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면 되는 세상이다.
불안과 외로움에서 당신을 지켜주리니, 안나 카레리나
우리 속에 다 있는 모습. 보편적인 사람들의 숨겨진 본능과 감정 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게 바로 이 소설이다.
이 책을 추천했던 딸이 물었다.“그책이 왜 좋은 건데?”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해서 인생의 지침서 같다고 얼버무리니 이해가 안 된다며 자세히 설명을 해달라고 한다. 그래서“살다보면 힘든 순간이 오잖아. 설득의 순간, 판단의 순간이 오는데 그때 이 책이 지침서가 된다는 얘기야. 이런저런 경우에 따른 답을 찾아주는” 그랬더니,“아빠 그럼 이 책을 읽는다는 건 지도 하나 받는 거 같은거야? 인생의 지도?”라고. 그순간 무릎을 쳤다. 그래. 인생의 지도.
모든 인생은 전인미답이다. 비슷할지언정 어떤 인생도 전인미답이 아닌게 없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어떤 상황에 처음 닥쳤을 때 내 감정상태를 모른다. 이게 사랑인가? 질투인가? 미움인가? 정의인가? 잘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길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 한 여자를 중심으로 뻗어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골목골목 세밀하게 표시된 지도처럼 보편적인 인간의 심리를 잔인할 정도로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녀는 아까부터 밖으로 나오고 싶어 발버둥치고 있던 그 생기를
마침내 미소로 나타내면서 말했다.
먼 후손들이 꾸준히 그의 작품을 대하며 그것을 통해 삶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박형규 해설-
이 책 속에는 지금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나고 있고, 어제 내가 경험을 했고, 내일 내가 경험을 할지도 모르고, 누군가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정말 지도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결혼에 대해서는 아주 자세한 길을 알려주고 있다. 결혼을 앞둔 사람들,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면 좀 더 합리적인 생활을 위한 마음속 올바른 재판관이 서지 않을까? 레빈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던 올바른 재판관처럼 말이다. 이제 여러분도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삶의 지도를 한 장 펼쳐보길 바란다.
삶의 속도를 늦추고 바라보다.
돈오를 살아가는 것이 점수
우리는 문득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돈오를 잊지 않고 계속 살아가는 것이 점수, 차츰차츰 정진하는 거라는 것이다. 깨달음이 꺠달음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살면서 계속해서 그 깨달음을 기억하고 되돌아보고 실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이 책이 아닐까 싶다. 점수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돈오하려면 깨달음을 줄 만한 좋은 책들을 찾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뜻대로 모든 것을 이루리라는 기필을 거두십시오.
세상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 오만과 아만을 버려야 합니다.
- 붓다의 치명적인 농담 -
나의 감상
박웅현 책은 도끼다. 직장교육에서 우연히 그의 특강을 들으며 주옥같은 글귀와 시구 소개에 매혹되어 당장 그의 책을 사서 읽어 보았다.
판화가 이철수, 김훈, 고은 등 수많은 작가(시인)들의 좋은 글귀를 소개해 주고 있고, 일상생활에서 무언가 사소한 것을 잘 관찰하여 글로 표현하고 소중하게 만드는가를 보여준다.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그가 권하는 책들이 참 많이 있다. 그 중에서 안나 카레리나라는 고전은 꼭 한번 시간내어 읽어 봐야 겠다.
책 제목이 책은 도끼다인데, 니체의 말이란다. 책을 읽거 도끼로 무언가 내리찍듯 내 생각을 번쩍하게 만들지 않는다면 독서의 의미가 없다는 말이라는데...
어쨌든, 박웅현도 나랑 같은 독서스타일을 갖고 있는 사람인 것 같아, 나의 독서스타일에 조금은 위안을 삼게 된다.
마지막으로 돈오점수..문득 깨닫고 그렇게 얻은 깨달음을 차츰차츰 실천하고 정진해 나가는 태도...라는 불경의 문장..마음에 와 닿는다.
우리가 깨닫는 것 문득 순간이지만 그 순간부터 모든걸 한번에 점수(실천하고 활용하는 것)하는 것은 어렵다는..그래서 차츰차츰 점수해 나가는 거라는 말...
그 깨달음을 기억하고 되돌아보고 실천하려면 좋은 책을 끊임 없이 읽어야 한다는..
결국, 우리가 독서하는 것은 새로운 것을 알기보다는, 이미 돈오했던 것을 점수하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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