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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추천 책

아무튼 메모 (정혜윤)

by 책과 피아노 2020. 4. 25.

저 자 정혜윤

페이지 166

출판일 2020.03.15. (읽은때 20204월 / 이북으로 읽다)

 

책소개

메모같이 사소한 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질문에 CBS 라디오 PD 정혜윤은 되묻는다. 우리는 항상 사소한 것들의 도움 및 방해를 받고 있지 않냐고. 강아지가 꼬리만 흔들어도 웃을 수 있지 않냐고, 미세먼지만 심해도 우울하지 않냐고, 소음만 심해도 떠나고 싶지 않냐고. 그리고 덧붙인다. 몇 문장을 옮겨 적고 큰 소리로 외우는 것은 전혀 사소한 일이 아니라고. ‘사소한 일이란 말을 언젠가는 자그마한 기적이라고 부르고 싶어질 것이라고.

아무튼, 메모는 메모는 삶을 위한 재료이자 예열 과정이라고 믿는 한 메모주의자의 기록으로, 비메모주의자가 메모주의자가 되고, 꿈이 현실로 부화하고, 쓴 대로 살 게 된 이야기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메모장 안에서 더 용감해진 이야기이다.

 

저자소개

정혜윤

마술적 저널리즘의 세계를 개척하고 싶은 CBS 라디오 피디.. 원래 기자가 되고 싶어서 언론사 시험을 계속 보다가 동생이 PD로 대신 원서를 내어 우연찮게 PD의 길로 입문하게 되었다고 한다. CBS 특집 다큐멘터리 [불안], 세월호 참사 2주기 특집 다큐멘터리 [새벽 네 시의 궁전], 재난 참사 유가족들의 이야기 [남겨진 이들의 선물], 그 밖에 [자살률의 비밀], [조선인 전범-75년 동안의 고독], [양희은의 정보시대], [정재환의 행복을 찾습니다], [최보은의 서울에서 평양까지], [김어준의 저공비행],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공지영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 [이상벽의 뉴스매거진 오늘], [행복한 책읽기], [김미화의 여러분] 등 다수의 라디오 다큐멘터리와 다양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40회 한국 방송대상 라디오 작품상, 2012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우수상, 2013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우수상, 10회 한국 방송프로듀서상 작품상, 18회 한국 방송프로듀서상 작품상,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 이달의 프로듀서상 등을 수상했다.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라는 부제를 단 침대와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 책은 온라인서점 YES24의 웹진에 최고의 조회수를 얻으며 독서광들의 호응을 얻어낸 칼럼 '침대와 책'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침대 속에서 책을 읽으며 호기심과 설렘으로 충만했던 저자의 독서기를 수록한 작품이다. 또한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로 독서광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저널리즘에 발 딛고 문학적 풍요로움을 향해 나아가는 저서 그의 슬픔과 기쁨에서, 저자는 르포르타주 에세이라는 장르를 통해 인간의 깊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삶을 바꾸는 책 읽기, 그의 슬픔과 기쁨, 인생의 일요일들, 뜻밖의 좋은 일, 침대와 책,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런던을 속삭여줄게,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 여행, 혹은 여행처럼,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사생활의 천재들』 『마술 라디오등을 썼다.

 

책속에서

우리는 역사와 결코 원한 적 없는 사회적 상황에 납작 깔린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각자 자신의 삶? 자신의 역사?를 살 수 있을까? 이 질문이 이 책 맨 마지막 장의 주제다.

혹시 저 아래 무의식이 한 사람을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다. 우리의 무의식은 스쳐가는 정보로 가득하다. 내면은 중심도 없고 깊이도 없이 포착될 수 없는 모습으로 흘러간다.

마치 아래와 같이..

지금 방어 철이라는데 방어를 먹어야 하나? 방송에 나온 국민 셰프가 한다는 식당도 가보고 싶은데 예약이 힘들겠지? 괜히 비싸기나 하고, 가성비 좋은 식당 좀 찾아봐야겠어. 하지만 이렇게 먹을 생각만 하면 다이어트는 실패야. 지난해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히비스커스차가 인기였지. 근데 저 여자도 다이어트 좀 해야겠네. 내 경험으론 다이어트보단 간헐적 단식이 더 좋았어. 피트니스 클럽도 좋아. 그런데 그 많은 피트니스 클럽들은 다 잘되나 몰라. 그 사람 피트니스 클럽 다니면서 찍은 프로필 사진, 정말 몰라보게 변했던데.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했지. 부러웠어. 나도 못할 것 없지. 그런데 돈이 문제야. 비싸잖아...........

이런 위와 같은 무의식의 흐름은 어지간히 길게 쓸 수 있지만 그 말 속 어디에도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도 안정되고 굳게 뿌리내릴 곳을 찾기 힘들다. 우리의 자아는 어디서 들은 말, 인터넷 어딘가에서 잠깐 본 것의 나열일수도 있다. 우리가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믿지 않을 근거가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현실 세계의 나는 늘 삶을 낭비한다. 늘 쓸데없는 일에 힘을 빼앗긴다. 늘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더 많이 한다. 나에게도 뇌라는 것이 돌아고고 있는 중이라면 최종적으로 좋은 결과를 끌어내는 데 쓰고 싶고, 죽을 때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아보고 싶은데 잘 안된다. 나는 의미 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는 사람의 괴로움을 겪는다.

나의 커다란 초록 테이블 앞에 걸터앉았는데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깨끗이 얼굴을 씻고 영혼의 세수를 위해서 드디어 펜을 들었는데. 근데 내가 뭘 적으려고 했지? 기억이 나질 않느다. 에이 설마, 그런데 진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재미, 이해관계, 돈이 독재적인 힘을 갖는 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아서, 우리 사이의 빈 공간을 아무렇게나 채우고 싶지 않아서, 아무렇게나 살고 싶지 않아서, 좋은 친구가 생기면 좋겠어서, 외롭기 싫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힘과 생각을 키우는 최초의 공간, 작은 세계, 메모장을 가지길 바라 마지 않는다.

지금까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사회는 숫자와 상식, 규율과 보고서로 가득 찬 곳이다. 숫자와 상식 규율로 모든 것이 환원될 때 우리 마음은 괴롭기 짝이 없다. 사회는 언제나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 괴로움을 주는 사회를 그대로 따라 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 사회와 좀 다른 인간이 될 필요도 있지 않을까? 다행히 사회에는 없고 인간에게는 있는 능력들이 있다. 우리를 덜 우울하게 만드는 능력들이다. 상상력과 호기심, 다른 사람을 덜 수치스럽게 하는 배려, 대가를 바라지 않는 헌신적인 사랑, 남들이 알아주든 말든 개의치 않는 고독한 열정, 내가 이러면 안 되지 하고 자제하는 마음..그래서 세상은 아침에 눈뜨고 일어날 만한다.

한때는 사회가 나를 제 맘대로 소유할 뻔했던 적도 있었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사회가 그 일을 하고 만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내 생각의 자리를 다른 사람이 차지하고 만다. 결국은 대다수의 시선에 의존적인 사람이 되고 마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세상 무엇도 인간이 변하기 전에는 변하지 않고 새로운 인간이 된다는 것은 매일매일의 단련의 결과다.

메모는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을 리가 없다. 메모는 절대적으로 나 자신과 상관이 있는 일이고 내가 뭔가를 중요하게 여기고 싶어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냥은 살지 않는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자신을 맞춰가면서 산다. 마치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면서 살아가듯이. 그리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달라지면 삶이 달라진다.

인간은 걱정, 희망, 욕망, 이 셋 중 하나에는 꼭 사로잡힌다.

메모는 자기 생각을 가진채 좋은 것에 계속 영향을 받으려는 삶을 향한 적극적인 노력이다.

분명한 것은 메모장 안에서 우리는 더 용감해져도 된다는 점이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더 꿈꿔도 좋다. 원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쓴 것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어떻게 살지 몰라도 쓴대로 살 수는 있다.

사실 많은 문장을 적어놓고 많이 외운다고 해서 내가 쉽게 변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나는 고백으로도, 성찰로도, 투덜거림으로도, 고독으로도, 산책으로도, 여행으로도 잘 바뀌지 않았다. 몽상 속에서는 나는 전 지구를 구할 수 있지만, 현실 속의 나에게는 뭔가가 더 필요했다.

달력을 만든 인간의 마음을 잠시 생각해본다. 우리는 질서와 연속성을 사랑하고 다른 식으로는 살 수가 없다. 자기만의 작은 질서, 작은 실천, 작은 리추얼(의식)을 갖는 것이 행복이다. 메모는 준비하면서 살아가는 방식, 자신만의 질서를 잡아가는 방식이다. 메모는 미래를 미리 살아가는 방식, 자신만의 천국을 알아가는 방식일 수도 있다.

행복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놀라운 우여곡절 끝에 정직한 통로를 거쳐서 찾아온다는 말을 잊지 말자.